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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시간싸움 실전 모의고사(고3)아 이 들 그 리 고 나 2019. 12. 19. 10:53
고3 서울시 실전 모의고사 (2019-03-07 시행)jpg 영어를 잘하는 비법이나 학습법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상세하게 설명해놓은 자료들이 많이 있다. 성인 영어는 또 학생 때의 영어공부방법과는 다를 것이고, 이민을 준비하는 분들의 영어 또한 대한민국 입시 영어와는 그 접근법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에 고등학생 2~3학년을 기준으로 전국 연합 학력평가 기준 3등급 내지 4등급까지 내려가는 학생들을 맡게 되었다.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의 입시 트렌드나 수시로 바뀌는 정책 등을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수능 영어가 원하는 그 본질은 내가 시험을 치른 10년 여 전과 그다지 변함은 없는 듯하다.
3~4등급 친구들의 경우, 대다수 시간이 부족해 모의고사 지문을 다 읽지 못해 풀다가 지쳐 찍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문을 무조건적으로 완벽하게 해석하려 들다가 30번대부터 지치는 것이다. 시험지를 주면 한숨부터 쉬며, '하아 듣기 끝나면 이 많은 걸 또 언제 읽는담?' 벌써부터 질려하는 듯한 표정들이다. 이런 식이면 본격적으로 문제를 풀기도 전에 기부 터 죽는다. 시험지와 나 스스로와의 신경전에서 절대 이길 수가 없는 거다. 애초부터 한 방 맞고선 들어가는 태세다.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덤벼볼 테면 덤벼봐. 내가 슬기롭게 너네들을 쿨하게 풀어 재껴줄게. 안녕.'
이런 각오가 필요하다. 본인이 현재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이고, 평균 몇 등급이건 간에 본인이 한 번 이 시험을 제대로 주물러야겠다는(?) 표현이 다소 격할 수 있지만 이러한 태도,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자세로 적극적이면서도 집중도를 최대화시킬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게임처럼. 반신반의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에 대한 생각, mindsetting이 점수에 영향을 꽤 준다.
수능 영어 점수는 순수 영어 실력과 비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원어민이라고 꼭 반드시 만점을 맞는 시험이 아니다. 즉, 이 말은 각 문항 유형별 접근법을 따로 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지문을 막무가내로 다 읽어대서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시간싸움에서 진다. 필요한 정보가 있을 법한 부분들을 선별해서 빠르게 문장을 가지치기하는 연습은 빈칸 추론이든, 문단 순서 맞추기이든, 세부 내용 파악 문제이든 거의 모든 유형의 문제에서 써먹어야 할 필수적인 훈련법이다.
강을 힘차게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영단어들이 마구 쏟아지는 홍수와 같은 본문 속에서 보기부터 읽고 내용에 대한 가닥을 잡는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보기 별 키워드나 숫자, 수치들에 동그라미를 치게끔 한다(사진 참고). 만약 보기에서 부정적인 어구, 가령, '청소년들의 학습태도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와 같은 문구가 보기 2번에 있다면, 끼치지 않는다라는 이 부분에 세모를 친다. 동그라미 혹은 세모 표시로 보기들에 제시된 핵심 키워드와 유의해야 할 부정어를 한 번 짚고 강물에 빠지는 것이다(참고로 난 네모는 안 쓴다 네모는 번거로워요..)
세부 내용 찾기나 지문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보기를 골라내는 문제의 경우, 숫자, 수치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검은색이 아니라 파란색이라던가, 오전 10시가 아니라 오후 10시. 이런 식으로. 굉장히 단순하게 풀릴 때가 많다. 절대 어려운 문제들이 아니다. 따라서 보기에 제시된 정보들을 위와 같은 간단한 표시들과 함께 빠르게 훑고, 지문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서는 보기 속 정보들과 매칭 해보는 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몇 번 훈련해보면 자연스럽게 터득된다.
보기 먼저 읽고, 보기 속 키워드들을 기억하면서 지문을 읽자. 가령, 사진 속 보기 1번에서 '석유 회사'라는 핵심어를 확인하고 지문을 읽었더라면, 지문 초반의 'petroleum company' 근처만 읽어도 답이 나온다. 또한 보기 순서와 지문에 나와 있는 정보의 순서는 거의 역순이 아니다. 즉, 보기 속 1번부터 5번의 정보들이 차례대로 지문에 속속 숨겨져 있는 거다. 오답을 정리할 땐, 보기의 키워드가 본문 어디에 나와 있는지 거슬러 올라가 화살표 표시로 정리한다. 모르는 단어들을 습득하는 건 기본이다.
이렇게 하는 건 우리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린 너무 바쁘다. 이건 신문이나 잡지 글이 아니니까. 느긋하게 시간 주면 아이들 다 푼다. 그러나 다른 시험들도 물론 그렇겠지만 수능 영어는 정말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정보를 선별해서 비교하고, 내용에 근거하여 빠르게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이를 위해 글을 처음부터 무조건 읽어 내려가선 안된다. 핵심어들을 보기에서 찾아가며 대충 무슨 이야기를 위에서 하고 있겠구나... 이걸 자동으로 유추한 뒤 지문으로 들어가야 하고, 빈칸 추론의 경우 빈칸 앞뒤를 먼저 읽어야 한다. 맥락 상 앞 뒤 한 문장씩만 읽어도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기의 키워드를 먼저 파악한 뒤 글을 읽게 되면 비슷한 어구, 유의어로 달리 표현되어 있거나 혹은 대놓고 그 단어가 버젓이 본문에 설명되어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기도 하다. 가령, 중독에 대한 글이라면 - (반전되는 사례나 내용이 없이 한결같이) 보기 중 'addictive behavior'라는 핵심어만 봐도 그걸 답으로 고르면 된다.
그러나 글을 읽을 때 앞의 내용과 반전을 나타내는 접속사나 문장 전체를 꾸며주는 부사에는 세모 치며 유의하자. 'Nevertheless' 'Yet' 'However'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녀석들은 글쓴이의 논점을 반대로 뒤집어놓을 수 있다는 전조를 의미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중심 내용이 아예 반대로 갈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고등 모의고사들의 문장들은 관계사, 수식어 구들의 대잔치라서 한 문장 한 문장이 굉장히 길다. 그렇기에 이럴 때일수록 S와 그에 맞는 V를 찾는 연습 또한 필수적이겠다. 잡초 같은 문장의 핵심 요소가 아닌 부분들은 괄호로 묶어버리고, 주어와 동사, 목적어, 보어 정도로만 찾아주면 웬만한 수/태/시제 문제들 다 해결 가능하다. 즉, 가지치기를 하라는 거다.
쓰다 보니 말이 너무 많아졌다.
우리 아이들 다음 모의고사에서는 시간 싸움에서 이길 수 있기를!
아이들의 꿈은 소중하니까. 지켜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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